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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뜸 가족

아이를 키운 다는 것

http://blog.naver.com/manmanse/113167715

저는 평범한 월급쟁이로 다섯 살, 세 살 두 아들을 키우는 맞벌이 부부입니다.

우리 부부도 연예 결혼을 하고 사랑도 많이 하고, 싸우기도 많이 싸웠습니다. 결혼 초기에는 부모님을 일 년여 모시고 살기도 했고, 그런데 요즘은 집사람과 저 함께할 수 있는 것이 점점 더 없어진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나라는 교육, 주거문제만 제대로 정상화해도 월급쟁이들의 실질 연봉은 많이 올라갈 겁니다. 예를 들어서 계산하기 쉽게 6천만 원의 연봉을 받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 그 중 1/3은 아이들 교육비로, 1/3은 빚으로 질러서 산 아파트 원리금 상환으로, 결국 외국 웬만한 나라의 연봉 2천만 원 받는 사람의 생활 밖에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야기가 조금 다른 방향으로 갔습니다만 저는 큰 아이의 순수한 창의성에 많이 놀라기도 하고 감동을 받기도 합니다.

 

어제는 고양광장 정모가 있어 집에 들어와 아이들 얼굴도 못 봤습니다.

 

약 한 달 전에 난지 캠핑 장에서 고양광장 12일 번개를 한 관계로 또 한 달 만에 12일 금산 전국체육대회에 갈 수 없는 형편이었고 저에게는 그것이 나름 속상한 일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저희 집사람은 집과 회사 그리고 어릴 적 친구들, 대학, 대학원 친구들 즉 자신이 직접 대면하여 검증된 사람 이외의 사람들에 대해서는 조, , 동식의 판단을 합니다.

 

물론 그 원인은 62일 지방선거가 저에게는 너무 절박한 시기였기에(직접 출마한 것은 아니지만 2MB 정권의 폭정을 끊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습니다.) 그때까지만 나에게 시간을 주면 그 후로는 참여당이든 시민광장이든 거들떠도 안보고 가정에 충실하겠다는 집사람과의 ‘약속’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세상일이 그렇게 되나요? 불충분한 승리, 민주당의 판단 오류로 바로 뒤바뀐 승부, 오만한 정권의 계속되는 오만함 등등…….

 

그래서 거짓말만 늘었습니다. 회사 회식이라고 하고 참여당 모임에도 가고 시민광장 모임에도 가고 언제가 들키긴 하겠지만 이라고 생각했으나, 결국 오늘 들켰습니다.

 

토요일인 오늘 금산에 가야 하는데 적당한 거짓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회사의 높은 분 ‘어머니’가 ‘금산’에서 돌아가셔서 급하게 가봐야 한다.” 고 말을 했고, 집사람은 처음에는 믿더니 제 핸드폰을 줘보라는 겁니다.

순간 어제 고양광장 모임가면서 통화하고 문자 주고받았던 사람들의 기록이 전화기에 그대로 남아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현빈님, 캔디님, 법하님 등등 회사사람들이라고 우기기에는 무리가 있는 이름들이 쭉 나오는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졌고, 결국은 자수를 했습니다만 일은 더 커졌습니다. “이제 거짓말까지 하느냐고…….

 

집사람은 자기는 맞벌이에 어린아이들 키우느라 쉴 시간이 하나도 없어 너무 힘든데. 너무 한다고, “머리도 해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 못하는데 당신은 거짓말하고 돌아다니느냐?

 

상황은 점점 더 이상하게 흐르고 결국 집사람은 집을 나갔습니다만 저는 분명하게 머리 하러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크게 두려워하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이 이상한 낌새를 차렸습니다.

 

그러더니 결국 집사람이 집을 나간 후 큰아이가 저에게 와서 "결국 이렇게 되는 거야? 하고 말을 합니다. ㅋㅋ

 

제가 무슨 말이냐고 되어 물어보니 엄마, 아빠 이혼하는 거지? 합니다. 이놈 엄마랑 TV드라마 너무 많이 봤다. 생각하지만 서글프기도 했습니다.

 

결국은 좋은 세상 만들어 보는데 조금한 힘이라도 보태자는 건데.

 

작은 녀석도 문만 바라보고 손을 가리키면서 엄마 만 찾고.

 

결국 큰 아들놈에게는 로봇 사준다고 달래고, 작은 녀석은 먹을 것 주면 어떤 상황에서도 달래지니까 먹을 것 주고. 산책 나가서 작은 아이는 재우고, 큰 아이 기분도 좀 돌려주려고 했으나 영 씁쓸한 표정이고.

 

몇 시간 후에 집사람은 긴 웨이브 머리에 파마를 하고 오고(그래 너 기분 전환 좀 되었냐?) 그때부터 큰아들은 로봇 사달라고 조르고, 결국 홈플러스 가서 자동차로 변신하는 로봇 하나 사서 왔더니 하루가 다 지났습니다.

 

그 로봇을 설명서 보면서 자동차로 다시 로봇으로 변신시켜가며 나도 적절하게 변신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합니다.

 

다섯 살 큰아들이 혼자 변신을 시켜보겠다고 맡겨두었더니 역시 잘 못합니다. 그래서 몇 마디 했더니 이 녀석 “아빠, 기왕이면 잘한다고 좀 해줘라?라고 합니다. 오늘의 카운터펀치를 맞았습니다.

 

"결국 이렇게 되는 거야? ,”기왕이면 잘한다고 좀 해줘라?

 

금산 전국 시민광장 체육대회가 잘 끝나고 다들 무사하게 원위치로 돌아오셨으면 하고 가족에게 들으면 안 되는 말 듣지 마시고, 해주면 좋은 말, 많이들 해주세요. 그리고 기왕이면 지금 함께하고 있는 모든 광장의 보이다가 슬그머니 안보이기 시작한 여러 임들에게 “결국은”이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기 위해서 “당신이 있었을 때 그때가 제일이었다.”고 한마디씩 해주었으면 합니다.

 

등 돌린 사람에게 제일하기 어려운 말이라는 것을 잘 알지만 저는 오늘 집에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다들 좋은 밤 되시고 더욱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2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