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 제일은행 파업과 관련하여 노동조합원인 나는 지난 6월 27일부터 강원도 속초의 현대수콘도에서 지내고 있다.
6월 말이면 타결되겠지 생각했지만, 경영진도 노동조합도 (양비론 아님) 쉽게 물러서지 않았고 결국 2주차인 오늘까지 순 둥이 은행원들 2900여명이 속초에 모여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난 매주 한번씩은 세브란스 병원에 가야 한다. 일주일 동안 군대와 같은 공간에 (자발적으로) 갇혀 지내다 병원에 와야 했기에 지난주도 이번 주도 한번씩 외박이 가능한 나는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었고, 2900여명 중 여직원이 더 많은 현장인 속초에서 (장기간 파업으로) 직원들의 파업 참여 동력이 걱정되었지만 날이 갈수록 더욱 단단해 져가는 동력은 내가 보기에도 놀라왔다.
속초에서 지내는 지금까지 2주 동안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나에게는 병원에 다녀야 한다는 것 말고도 아이들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사무친 그리움이었다. 그래서 매일 저녁 (아이들이)잠들기 전 6살, 4살 두 아이의 재롱이 늘 그리워 매일 화상전화를 하면 그 작은 화면으로 아빠 한번 더 보겠다고 서로 얼굴을 들이미는데, 눈물이 찔끔 난다.
어제(목요일) 저녁에는 울 우진이가 다시 어록이라 할만한 말을 해 내 피로를 한방에 날려주었다.
(어록1)
상황 - 화상 전화로 우진이에게 전화를 걸고 얼굴을 본 후에는 비싼 전화요금 탓에 음성전화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
(나) 우진아?
(우진) (뜬금없이) 아빠 놀라지 마세요?
(나) (머릿속에) 아 무슨 사고가 났구나, 가지고 놀라고 두고 온 아이패드를 떨어트렸나, 엄마가 자동차 사고를
냈나, (우진/우혁) 누가 아픈가? 등등.
(우진) 월요일 부 터요, 어린이 집에요 수영장 만들어 준데요. 그러니까 나는 잘 노니까요 아빠 잘 있다가 와요!
(나) (울컥)
(어록2)
상황 - 1박2일 파업이 진행되었던 지난 5월 30일 당시 충주 파업현장으로 가면서 울 아들에게 아빠가 파업 때문에 집에 못 온다고 설명할 때, 울 아들에게 쉽게 설명해주느라 파업이란! 직원들은 월급을 더 많이 받겠다고 하고, 사장님은 월급을 더 적게 주겠다고 하는 싸움이라 설명했고 이번 긴 파업기간을 거치며 집에 오는 날에
(우진) 아빠 파업 아직 안 끝났어요?
(나) 응, 좀 길어지네, 우진이랑 많이 놀아줘야 하는데, 미안하다.
(우진) 아빠 사장님이 돈이 없나 봐요?
(나) 왜?
(우진) 그러니까 파업이 길어지잖아요?
(나) 그렇구나!
(우진) 아빠 사장님이 돈이 있으면서도 그러면 구두쇠인가 봐요?
(나) (할말 잃음)
2주째인 오늘 외박이 허용되어 거의 모든 노조원들이 집으로 복귀를 해 주말을 가족과 함께 보내고 이번 주말이 지나면 난 또 집을 나서 속초로 가야 한다.
은행에 남아있는 (간부급)선배들도, 반으로 줄어 남아있는 계약직 직원들도 너무 힘들 것이고, 집 떠나 외지에서 무료한 날들을 보내는 노동조합원들도 너무 힘들다. 그리고 SC제일은행을 거래하시는 모든 고객들께 정말 죄송하다.
이 투쟁이 누가 이기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어서 좋은 결론에 다다라 조금은 뜬금없는 소리지만 울 아들의 어록을 기록으로 꾸준하게 남겨주고 싶은 평범한 아빠가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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