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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뜸 가족

자화상

자 화 상

 

-         2013.05.06 으뜸벗(장재훈)

 

 

좋은 아빠라면서 아이들에게 소리도 질러

어린이날 잔뜩 선물을 안기고는, 그 다음날 학원가라 말을 해

 

부부가 함께 운동하는 걸 부러워하다가도

약속을 안 지키는 집사람을 닥 달해 같이 할 생각을 빼앗아

 

아버지의 가부장적인 무뚝뚝함에 반감이 많으면서

아버지의 행동을 부지불식간에 가장 많이 따라 하고 있어

 

책 읽는 걸 좋아한다면서 사들인 책의 겨우 반만 다 읽곤

벽면 하나 가득 책장이 넘쳐나는 책을 보면서 더 큰 걸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을해

 

글 쓰는 게 그냥 좋아서 하는 거라며

남은 의식도 안 한다면서 게시판 댓 글 수와 반응에 신경을 쓰고 있어

 

떳떳한 1%를 희망하며 당당한 99%로 살겠다면서

아직 월 10만원도 안 되는 기부금이 벌써 부담스러워

 

스마트 폰 데이터 요금제는 넉넉한 정액제인데 늘 부족해서 절절 매고

다리를 꼬고 앉으면 허리가 아프다면서 또 다리 꼬고 앉아서, 스마트 폰을 하고 있어

 

가끔은 날 위해 재투자도 하겠다며

옷 사고, 머리하고, 염색하는 것 조차 재투자로 생각을 하지 못해

 

약자에게 부드럽고, 강자에게 강하겠다면서

약자는 외면하고, 강자는 피해 다니고 있는 것 같아

 

로스쿨이든, 작가든, 기자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어떤 것도 시작할 자신은 없어

 

제2의 인생은 급여보다 시민단체 상근자 하며 봉사하며 살겠다면서

아직도 비자발적 퇴직을 당할까 두려움에 떨고 있어

 

그리고는 사람 사는 세상이 오면 아이들하고 재미있게 사는 꿈을 꾸는

생각만 앞선 한 중년 남성이 거울속에서 날 바라보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