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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뜸 가족

우진이에게

우진아!

아빠가 우진이에게 이렇게 편지를 쓰는 건 처음이지, 아빠가 제일 사랑하는 아이, 혹시라도 공룡이 나타나 아빠랑 우진이랑 잡고 둘 중에 하나만 먹겠다고 하면 아빠가 번쩍 손을 들고 제발 우진이를 살려주시고 아빠인 저를 잡수세요 할 수 있는 아빠의 사랑

학교 다니기 어때? 어린이 집이랑 비교하면 많은 것이 틀리지, 그래도 우진이는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해, 늘 최고 이어야 하고 많은 것을 잘해야 하고 그래서 힘들지?

그런데 아빠는 우진이가 다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러나 우진이가 가장 재미있는 일을 가장 많은 시간 동안 할 수 있으면 좋겠어, 그런데 벌써 방과후랑 학원이랑 다니는 게 너무 많아 힘들지?

SLP영어랑, 캐나다어학원 영어랑, 음악 줄넘기, 로봇제작 교실, 우진이가 제일 좋아하는 FC 서울 축구에다가 앞으로는 뮤지컬 영어랑, 태권도랑, 피아노까지 아빠가 생각해도 우진이가 힘들긴 하겠구나!

우진아?
힘들고, 무엇인가가 하기 싫으면 아빠에게 꼭 말해줘, 아빠는 저 많은 것들을 우진이가 다 계속 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야, 아빠가 원하는 것은 다양한 것을 해보고 그 중에 정말 우진이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했으면 하는 거랑 또 하나는 영어처럼 한번 차이가 나면 따라가기 어려운 것을 천천히 그리고 꾸준하게 하는 것이거든

그런데 태권도처럼 시작도 하기 전에 친구들 띠랑 비교해서 친구들이 놀릴 것을 걱정하거나 피아노 처럼 시작도 해보지 않고 안 하겠다고 하는 것은 아빠나 엄마가 조금은 서운해 할 수 있어, 왜냐하면 우진이는 리틀 FC서울 선수로 1년 동안 운동을 했고, 어떤 아이는 이제 새로 시작했다면 대부분의 경우 새로운 친구는 한동안 축구를 잘못하잖아, 그 친구가 축구를 잘 못한다고 우진이가 그 친구를 무시하거나 놀린 적이 없는 것처럼, 서서희 자리를 잡아가는 시간이 필요해, 큰 화분에 화초를 작은 화분에 나누어 심으면 어떤 나무는 금방 죽어버리지, 그건 충분하게 뿌리를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야, 그런 것처럼 어떤 일이든 익숙해지는데는 시간이 필요한거야

태권도를 예를 들면 우진이보다 먼저 시작한 친구는 풍 띠고 우진이는 하얀 띠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우진이도 태권도랑 친해지고 재미있어 지면서 노랑 띠, 파랑 띠, 빨강 띠, 풍 띠로 익숙해 지는거야

그리고 아빠가 예전에도 한번 이야기 했지만 아빠는 회사를 다니면서 돈을 벌어서 그 돈으로 우리 가족 놀러도 다니고 맛있는 것도 먹고, 우혁이랑 우진이 어린이 집이랑 학교랑 학원도 다니는 건데, 어쩌면 우진이가 학원을 다니고 싶어도 아빠가 보내 줄 수 없을 때가 올지도 몰라

아빠 이야기를 해줄게, 아빠가 초등학생 때는 솔직하게 말하면 학원을 하나도 다니지 않았어, 방과후 이런 것도 없었고 그래서 늘 학교가 끝나면 놀이터에 가서 밤이 되도록 놀다가 집으로 왔어(부럽지), 그런데 사실은 아빠는 다른 건 몰라도 주산학원 하나는 다니고 싶었다. 그런데 주산학원에 다닐 돈이 없었어, 그래서 고모만 피아노 학원 하나를 다니고 아빠랑 작은 아버지는 늘 놀이터에서 놀았지

때로는 무엇인가를 하고 싶은데,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환경이 있는 거야, 그래서 할 수 있을 때 여러 가지를 해보고 힘들면 몇 개를 줄여보기도 하고, 관심이 있는 다른 것이 있다면 늘려보기도 하고, 우진이가 다양한 것들을 잘 할 필요는 없지만 다양한 것들에 관심을 있다는 건 좋은 것 같아. 이제 아빠가 우진이를 힘들게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을 알아 주었으면 해

지금은 아파트 놀이터에 가도 같이 놀 친구들이 없지? 다들 영어 학원으로 태권도 학원으로 바쁘니 그런 학원을 가지 않으면 심심한 거야? 이건 분명 무언가 잘못된 것이 맞아, 하지만 혼자 있으면서도 책을 많이 본다거나, 레고나 로보트 제작교실에서 받은 부품으로 자동차나 비행기를 많이 만든다거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면 좋은 건데, 늘 심심해 하면서 만화만 본다거나, 스마트폰으로 오락만 한다면 그건 우진이 생각이 자라고 키가 커지고 머리로 생각하는 것이 많아지는 것에 도움이 되지는 않거든, 물론 하루 한두 편의 만화를 보거나 두세 게임의 오락을 하는 것 처럼 아빠와 약속한 범위 내에서는 나쁘지 않은 일이야 그런데 오락을 두 판만 하기로 하고서는 오락을 더하고 싶어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 될 가능성이 훨씬 높아

아빠는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 결국 그렇게 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지금 글 쓰는 시간이 참 좋아. 어쩌면 우진이가 축구를 아무리 좋아해도  축구선수가 될 수 없을지도 몰라? 그러나 축구선수가 될 수 없다고 해도, 축구를 보는 것도 좋아하고, 하는 것도 좋아할 수 있는 것처럼 리틀 FC 서울 친구들이 모두 선수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겠지? 그냥 운동장에서 뛰어 놓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는 시간일 수 있는거야

이런 말을 우진이에게 하고 싶은데, 우진이가 아빠가 설명하는 동안 눈물 뚝뚝 흘리면, 아빠는 또 전달하고 싶은 많은 말들을 잊어버리기 때문에 조금은 길겠지만 편지를 썼어 가끔씩 꺼내 읽어 보면서 아빠 생각을 느꼈으면 좋겠다.

사랑해 울 아들

2013.03.27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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