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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뜸 사회

이렇게 살고 있어요

아주 가끔은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그런데 쓰고 나서 읽고 보면 우진, 우혁 어록 같은 아이들의 재기 발랄한 글을 옮긴 경우 이외에는 제가 읽어 봐도 좋게 이야기 하면 차분하고 나쁘게 표현하면 어둡습니다.

어쩌면 제 마음이 녹아 있는 글, 숨길 수 없는 것이 어쩜 더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치 있고 발랄하게 표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주 재미있는 코미디를 눈물 흘리면서 본 기억이 있으신가요? (요즘 개콘의 ‘나쁜 사람’과 같은) 그런 글을 쓸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건 소망이고요 오늘도 역시 밝은 글은 아닐듯합니다.

4월에 아버지 칠순으로 온 가족이 제주도 여행을 가기로 티켓팅과 예약을 모두 마무리 했는데, 지난 주에 갑자기 남동생 가족이 못 가겠다는 겁니다. 상황을 알아보니 영국계 무전기 만드는 회사(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어느 벤처 빌딩에 해당 회사가 있어요)가 갑자기 한국 사업을 접는 다는 겁니다. 그래서 나이 마흔이 된 남동생이 갑자기 실직을 했고, 재취업도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 때문이었습니다. (생산관리 쪽 일을 오랫동안 했는데, 혹 이런 인력 필요하시면 연락주세요)

제 동생 일이다 보니 저를 돌아봤습니다.

최근 저는 일주일중 평일 하루의 저녁 시간은(많으면 이틀을) 저를 위해 쓰고 있더군요, 사람들도 만나고, 강연도 듣고, 인디벤드의 공연도 보고, 저를 끝없이 충전해 주는 시간이라 생각합니다.

나머지 하루는 아이들과 운동장에서 뛰어 노는 시간입니다. 아버지와 아이들이 함께 땀 흘리고 스포츠 음료 하나 편의점에서 먹고, 돌아와서는 같이 샤워하고 저와 아이들이 즐거운 시간입니다. 문제든 그 다음날 아이들이 체력적으로 조금 힘들어 한다는 것. (그래서 엄마는 가급적 하지 말라는 시간이에요)

나머지 하루는 언제든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회사 일이 많다면 야근을 할 수 도 있고, 아이들과 토론을 할 수 도 있고, 지금은 중단된 ‘우리는 수다다’(큰 아이 우진과 함께하는 팟케스트) 녹음을 할 수도 있고, 가족들과 외식을 할 수도 있고, 특별한 일정 없이 가족들과 집에 머무를 수도 있고 일이 많다면 회사일로 야근을 하는 시간입니다.

역으로 이야기 하면 일주일에 이틀은 아무리 바빠도 하루는 나를 위해 하루는 아이들을 위해 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말에는 토요일은 우진이가 오후에 광화문에 영어학원을 다니기 때문에 약 4시간을 꼼짝없이 함께 합니다. 왕복 두시간의 학원 왔다 갔다 하는 시간과 학원 수업하는 두시간, 저에게는 이시간도 즐겁습니다. 우진이가 공부하는 동안 저는 카페에서 라떼 한잔 하며 오롯이 저만의 시간에 책도 보고 인터넷도 할 수 있고 때로는 덕수궁 돌담 길을 혼자 걸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일요일이 되면 아침에 우진이가 상암으로 축구를 하러 다니기에 역시 왕복 한 시간 왔다 갔다 하고요, 축구 하는데 두 시간, 저는 운동하는 우진이를 촬영하고, 매주 일요일 밤에는 약 두 시간 동안 촬영된 내용을 편집하고 YouTube에 올리죠, 이 역시 집사람은 매번 똑 같이 운동하는 모습을 뭐 하러 매번 찍고, 매번 편집하고, 매번 올리느냐 하지만, 역시 제가 좋아하는 시간입니다. 아이들 운동하는 것이 매번 똑같아 보여도 똑 같은 게임은 없습니다. 매번 주연이 되는 아이도 조연이 되는 아이도 혜성같이 나타난 슈퍼 히어로도 모든 게임에 다 녹아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TV를 개콘 정도를 빼고는 거의 안보니 시간이 남는 경우 CBS의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나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 관련 강의) 등을 인터넷으로 봅니다. 이 역시 제가 좋아하는 시간입니다.

출퇴근 하는 시간 두 시간은 항상 팟케스트와 함께하고요, 주로 듣는 방송은 이털남(이슈 털어주는 남자, 오마이뉴스 제공), 손여사(손미나의 여행사전), 서영석 김용민 정치토크, 이박사와 이작가의 이이제이, 벙커1특강, 팟캐스트 윤여준, 이철희의 이쑤시개(프레시안 제공) 등 은 거의 모든 에피소드를 듣고, 들었고요, 가끔은 뉴스타파와 이상호 go발 뉴스를 듣습니다.
책을 읽을 때는 전진희의 음악일기로 클래식을 듣기도 하고요,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밤에 잠들기 전에는 EBS의 귀가 트이는 영어를 그냥 듣습니다. (귀가 트이기를 희망하기는 하거든요)

그냥 살아가는 것 같은데, 글로 옮기는 무척 바쁜 사람(관점에 따라서는 무척 한가한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제 일주일을 정리하고 동생이 당한 일을 생각하니 제가 바라는 것은 Work and Life의 균형, 여기에 개인과 공동체와의 균형이 꼭 필요하다 생각되었습니다.

공동체와의 균형과 관련하여 저의 경우 회비처럼 나가는 것을 제외하고 순수 기부하는 금액이 7개 기관, 월 7만원 정도되는데, 아직은 적절한 것 같은데, 집사람은 자동이체로 빠지는 후원 금액이 5만원이 넘자마자 줄이라고 난리입니다.

며칠 전에는 해당 기관들을 쭉 나열해두고, 그룹핑도 해봤습니다. 시민단체, 대안언론, 공공기관 등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줄일 수 있는 것이 없어 보입니다. 예를 들면 오마이뉴스와 뉴스타파를 후원하고 있는데 심정적으로는 뉴스타파가 대안언론으로 확실하게 자리잡기를 바라기 때문에 오마이뉴스를 제외할 까 생각하다가도 거의 메일 ‘이털남’을 들으면서 도리가 아니더란 생각 때문에 줄일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가정의 평화를 위해 조만간 한두 곳은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ㅠ. ㅠ)

이렇든 한정된 자원을 나누어 쓰는 것이 삶이라 생각됩니다. 개인의 일주일도 나와 회사와 가정을 위해 나누어야 하고, 급여 받는 것도 역시 개인의 삶과 사회의 유지 발전을 위해 나누어야 하는 것이지요

이런 것이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으면 반드시 파괴된다고 생각합니다. 선택은 우리에게 있습니다. 파괴된 후 강제로 재분배 될 것이냐, 파괴되기 이전에 적절하게 나누고 살 것인가?

전 지금의 우리 사회는 결국 어떻게 되는 파국을 맡고 재분배가 이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물론 저명한 사회적 경제적 이론을 배경을 들어 설명할 수는 없지만, 제분야인 금융에 한정적으로 말씀을 드리면 저축은행은 결국 모두 망하게 될 것 같고, 새마을 금고는 정말 위험해 보이고, 보험사 역시 무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됩니다. 마지막으로 은행까지 위험해 진다면 제2의 IMF같은 상황이 올 수 도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런 저 상장의 불황은 최소 10년 이상 유지될 것입니다. 아주 오랜 시간 고통을 견디어야 한다고 봅니다. 때문에 가급적 현금성 자산을 최대한 늘리고(그렇다고 현금을 집에다 쌓아 두시면 위험합니다.) 예금자 보호법 한도 내에서 여러 금융기관으로의 자산을 분산 예치하시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공동체의 유지와 개인의 삶을 스스로 강건하게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참 두려운 하루하루 입니다.

2013.03.29 으뜸벗(장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