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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뜸 가족

축구하는 초2 아들에게 쓰는 편지

우진아 아빠가 아들에게 편지하나 쓰기를 많은 시간 망설였다.

왜냐하면 이 편지는 아빠의 SNS에 공개될 거야, 참으로 유별난 아빠지?

 

돌이켜 보면 7살이 되던 봄, 우린 풋살 구장에서 축구라는걸 처음 해봤지? 아빠는 운동에 소질이 없어서 그저 네가 몸건강하게 자라는 것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 시작한 일이었다.



첫날 운동을 하고 와서 다리에 알이 배겼는지 어정쩡하게 걸어 다니던 널 보면서 역시 피는 속이지 못한다고 생각했다.그렇게 시작한 취미 반에서 우린 석현이도 만나고 서현이도 만났고 무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이 지나면서 우진이가 골을 많이 넣어 아무것도 모르는 아빠는 우진이가 축구에 소질이 많은 아이인줄만 알았다.

 

잘하는 친구들이 반을 옮겨도, 아빠는 용의 꼬리가 되기 보다는 닭의 머리가 되자는 생각으로 네가 자신감 있게 축구할 수 있는 취미 반에 계속 남아 있었다.

 

FOS Cup 대회에 처음 나가서 예선 탈락을 하던 날은 그냥 재미있었는데, 두 번째 FOS CUP에 나가서 처음으로 예선을 통과하고 8강전에서 0대1로 지고 나오면서 펑펑 울던 너를 기억한다. 그만큼 자란 우진이가 아빠는 참 고맙고 미안했었다.

 

신체적인 성장이 목적이었기에 축구를 1년 정도 다닌 후에 농구로 바꾸자고 했을 때 고양 체육관에서 오리온즈 유소년 농구 클럽에 가서 구경을 하고 입단을 하자고 했을때 너의 결론은 ‘아빠 나 그냥 축구 할게’ 였다.

 

사실 추운 겨울을 보내며 아빠는 실내에 널 넣어두고 관중석에서 인터넷 서핑이나 하려 했었는데, 그래도 네가 좋다고하니 우린 그냥 축구를 계속하기로 했고 지금 생각해 보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그러던 어느 날 프로 반(FC Seoul FOS Pro U-8)이 만들어졌다며 네가 선택 받았을 때 아빠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좋았다. 그때가 작년 이맘때였던 것 같은데 벌써 1년이 흘렀구나, 그때 모인 친구들을 보면서 지금 것 네가 하던 축구 놀이가 축구로 진화해야 하는데 다른 친구들과 차이가 너무 많이 나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고 그래도 잘한다는 이야기를 조금씩 듣던 너였기에 근거 없는 자신감도 있었단다.

 

충암초에 처음 와서 바람도 많이 불고 춥기도 많이 춥고, 게다가 다른 아이들과 차이가 많이 나는 너의 기량에 아빠가너를 다그치기도 많이 했었어, 시간은 흐르고 아빠는 충암에온 것이 괜한 짓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아빠가 너에게 잔소리를 끊은 건 너도 이미 알고 있겠지만 프로반 아빠들끼리 축구시합을 하고 나서야, 정말 심장은 터질 것 같고, 다리는 움직이지 않고, 게임을 마치고 운동장에 드러누워 있는데 네 동생 우혁이(7살)가 실망한 표정으로 다가오며 ‘아빠!’라고 하는데 참 미안하더라

 

아빠가 나름의 최선을 다해 뛰었지만 몸이 안 따라 준 것인데, 생각해 보니 너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인데, 아빠는 계속 이래라 저래라 소리만 질렀던 거야, 그걸 그날 안거지

 

3개월이 지나면서 몇 명의 친구들이 팀을 떠났을 때에도 지금에서야 말이지만 우리도 충암초를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마음이 급해진 아빠는 급하게 너를 다른 클럽에 테스트 받으라고 보냈다가 연습게임 때 다리를 차여 반기부스도 하게했고, 김포 대회를 앞두고 선수 반으로 첫 대회에 나가는 것이 설렜던 너를 결국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구경만 하게했었지, 반기부스 하던 날 병원에서 아빠에게 전화하며 울음을 참던 너의 목소리를 들으며 네 모습을 상상하면서 아빠는 참으로 미안했단다.

 

우여곡절 속에 여전히 팀에 남아있으면서 어느 순간 네가 쭉성장하는 걸 보면 즐겁기도 했고 때론 정체한 것만 같아 답답하기도 했고, 몇 번의 대회에서 때론 잘하기도 하고 때론부족하기도 했었지, 지난 왕중왕전을 마치고 코치님께서 ‘우진이는 부족하기는 해도 어떻게 하면 팀에 보탬이 될 수 있을까? 스스로 생각하는 아이’라는 평가를 너를 통해 전달받았을 때 그 정도면 된 거야 라는 생각을 했단다.

 

아직도 아빠의 욕심에 눈빛만으로도 너에게 무언의 압력을넣곤 하겠지만, 어느덧 아빠의 SNS 이웃은 축구 관련이 늘어만 가는 것을 보면 언젠가 축구를 그만두게 되었을 때 어쩌면 너보다 아빠의 상실감이 클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는 아직도 너의 출전, 너의 포지션과 관련해서 코치님들께 단 한번도 어떻게 해달라고 어떤 포지션을 선호한다고 한적이 없단다. 다만 승부차기를 하게 된다면 우진이는 (혹시 실축 했을 때 너의 상실감을 고려해서) 안 찼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적은 있지, 물론 이렇게 하고 있는 아빠가 맞는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네가 갈 수 있는 곳이 어디까지인지는 모르지만 그래도(축구에서) 너를 제일 잘 쓸 수 있는 사람은 아빠가 아니라 그팀의  코치님이기 때문이야

 

지금도 가끔 이제 축구 그만했으면 하는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네가 귀신처럼 알고 ‘아빠 왜 자꾸 축구를 그만하라고해?’라고 반문하면, 언제일지 모르지만 네가 하고자 하는 그날까지는 아빠가 지켜 봐줘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몇 번 이야기 했지만 직업으로 운동을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일 거야, 그 어려운 길을 그것도 아빠는 한번도 가본적이 없는 길의 초입을 네가 막 들어서려 하니 아빠는 두렵기만 하다.

 

무엇보다도 사람이 먼저다. 아빠는 너를 어떻게 키우겠다는계획도 없지만 네가 무엇을 하든 그것이 네가 행복한 일이었으면 하고 네가 함께 사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도구였으면 한다.

 

혹시 축구를 그만둔다고 해도 네 친구들 중에 유명한 선수가나오는 것도 신기한 일일 것이고, 축구를 계속한다고 하면그 또한 그럴만한 실력이 있다는 이야기이니 행복한 것이다.신기하거나 행복한 삶의 길 아빠가 언제까지 일지는 모르지만 지켜보면서 기왕이면 조금 더 오래 같이 걸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진이랑 그리고 이제 막 축구를 시작한 형을 너무도 좋아하는 동생 우혁이, 너희들을 항상 응원할게, 사랑해~

 

2014.12.1 우진, 우혁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