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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뜸 가족

축구하는 두 아들을 키우는 맞벌이 부부이자 아빠가 읽은 오래된 시집. ‘시경’

이번에 제가 읽은 책은 웅진주니어의 시경입니다. 파스텔 톤의 은은한 울림, 삼천년 전의 옛 노래를 가장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한 책입니다.

 

매 주말마다 선수 반에서 운동하는 큰 아이와 취미 반에서 운동하는 작은 아이가 운동하는 운동장에 있다 보면 요즘 같은 날은 때론 추워도 너무 추워 고통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이럴 때 운동장 인근은 작은 카페로 피신해 음악을 들으며 인문학적 성찰의 시간을 가지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많은 말이 있었습니다. 조금은 작위 적일지라도 아이들을 깨울 수 있는 고전의 한 구절 한 구절을 그렇게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논어, 맹자가 아닌 시경을 선택한 건 삼천 년 전 사람들이 때론 기쁘고 때론 슬픔의 감정들이 저에게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오늘처럼 큰 아이가 23일 캠프에 가서 볼 수 없는 밤이면 못 본지 반나절 만에 그리움이 절절합니다. (7년 만에 어렵게 얻은 아이이고, 그도 아니면 지금 듣고 있는 음악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본서는 머리 말 부터 혼자 울면 울음에 그치지만 함께 울면 울림이 됩니다.’ 는 말에서 마음에 와서 딱 꽂혔습니다.

 

세월호의 300여명의 아이들의 울림, 몇 년 후에는 분명 우리사회가 세월호의 울음을 승화한 울림에서 무언가를 얻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왜냐하면 이번 일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고통을 애써 피하는 위정자나 나약한 군상들 중 다수는 누군가의 불행이 그 사람의 잘못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거나 자신은 또는 자신의 가족만은 그런 불행을 피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옛 사람들은 이를 소인이라고 했습니다. 자식 세대들에게 기성세대가 대인의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한 가지 예를 들면 며칠 전에 2014년 연말 정산을 가 계산 해보며 깜짝 놀랐습니다. 연봉만 2014년으로 나머지 자료는 2013년 자료로 입력을 해보니 해마다 150여만 원을 돌려받던 제가 50여만 원을 더 내야한다는 겁니다. 저의 연봉이 많이 올라서 일까요? 그럴 리가요, 그런 일은 요즘에 절대 일어나지 않죠, 그날 저는 가렴주구란 말이 생각났습니다. 시경 속 노래가 만들어 지던 그 시절 백성들은 농사를 지어 봤자 세금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었답니다. 다시 그런 시절로 가는 것 같아 두렵기도 하고, 자식 세대들에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시경, 위품 편에 석서라는 시가 큰 쥐라는 뜻으로 오늘날 쥐가 무능한 위정자의 모습으로 자주 그려지는데, 탐관오리가 즉 큰 쥐가 넘쳐나는 그런 시절로 다시 가는 것만은 담벼락에 욕이라도 해서라도 어떻게든 막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공자님은 시경을 배우면 감흥이 일고, 사물을 올바로 보게 되고, 무리들과 잘 어울리고, 잘못을 보고 원망하게 된다. 가까이는 부모님을 잘 모시게 되고 멀리는 임금을 잘 섬기게 된다. 그리고 새, 짐승, 풀 나무 등의 이름을 많이 알게 된다고 논어의 양화 편에서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제가 이 책 한권으로 사물을 올바로 보는 눈을 키워봐야 얼마나 키웠겠습니까? 다만, 시와 정치는 분명히 다른 영역인데 어째서 공자님은 시를 읽으면 정치도 잘하게 된다고 말씀하셨을까?’를 생각해 보며 적어도 잘못을 싫어하게 된다.’를 실천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너무 부정적인 것이 아니고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려는 강력한 의지! 감응과 소통의 능력즉 공감 능력(공자는 이를 사무사라고 했습니다.)을 조금 더 키워보고 싶어졌습니다. 슬픈 일에 눈물 흘릴 줄 알고, 힘든 사람이 내민 손을 잡아 줄 수 있는 그런 사람. 저는 제 아이들이 계속 운동을 하더라도 육체적인 강인함도 중요하지만 같은 팀원들과의 공감 능력이 뛰어난 아이들로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면에서 삼천 년이라는 오랜 시간의 벽을 뚫고 우리를 찾아온 3백여 편의 보석 같은 시중에서 14편을 소개하고 있는 웅진 주니어의 시경은 저의 부족한 한자 실력에 불구하고 편안하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잘 만들어진 선물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